안녕하십니까, 인-민 풋볼입니다. 오늘은 어제(10일) 있었던 대한민국과 투르크메니스탄(이하 투르크멘)의 아시아 2차 예선 경기 리뷰입니다.

 

 포스팅하기에 앞서서 결과를 가져온 것에 대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조의 일본, 이란 등 강호들도 각각 미얀마, 홍콩 등 비교적 약체들을 상대하여 각각 2대 0으로 이기는 등 큰 점수차로 이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아시아 국가들의 격차가 많이 좁아졌다는 뜻이며, 특히 아시아의 신흥 강호 카타르는 인도와의 홈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기며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져온 2대 0 승리는 첫 경기를 잘 풀었다는 것과 앞으로 있을 까다로운 북한 원정의 부담을 한층 덜어주었으나, 어제의 경기력에 답답함이 있었음은 보신 분들은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어제 벤투호는 제 예상대로 Plan A를 꺼내들었습니다. 비교적 약체인 투르크멘을 상대로 손흥민 황의조 투톱에 이를 받치는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을 선택하였고, 때문에 라인업을 봤을 때 벤투호가 잘 풀릴 때 나오는 지배하는 축구를 볼 수 있을 듯했습니다. 

 경기가 시작되자 전방의 황의조가 원톱이 되는 4-1-4-1 형태로 포메이션이 변경됐고, 빠른 스피드의 나상호와 좋은 패스를 보여준 이재성, 그리고 측면에서 이용 선수가 좋은 크로스를 올려주며 전반 초반 분위기를 가져오는 데 성공합니다. 결국 비교적 이른 시간인 전반 13분 이용 선수의 크로스를 수비가 튕겨내고 이를 나상호 선수가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며 선제골을 만들어냅니다. 

답답했던 공격 전개 과정을 해결하기 위해 부지런히 뛰었던 나상호 선수(KFA 공식 홈페이지)

 

 나상호 선수는 이번 경기에서 골 장면 말고도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측면 돌파와 공에 대한 집념을 보여주며 왜 그가 벤투호에서 중용되는지 스스로 보여줬습니다. 화려한 기술은 없지만 그 대신에 스피드와 왕성한 활동량을 보유한 나상호 선수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최전방의 황의조 선수에게도 좋은 패스가 들어오면서 유효슈팅으로까지 연결했으나 아쉽게 골키퍼에 막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모습이 계속됐으면 좋았겠지만 경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른 선제골로 분위기를 가져온 대표팀이었으나 이후 4-4-2 포메이션으로 다시 회귀한 뒤에는 초반처럼 계속되는 공격을 보여주질 못했습니다. 한 골 먹힌 투르크멘이 전방부터 압박을 슬금슬금 하기 시작했고, 이에 센터백 라인이 초반처럼 많이 올라가질 못했습니다. 

 정우영, 황인범 선수가 볼을 받으러 내려와서 빌드업을 시도하였으나 다른 선수들이 더 내려와 주질 않아서 간격이 넓어지자 패스할 곳을 찾지 못하고 백패스를 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다시금 수비적인 팀을 상대로 해결책을 찾지 못한 벤투호의 단점을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경기는 비록 무실점 하긴 했어도 이는 투르크멘 공격진의 마무리가 아쉬워서였지, 절대로 위험한 상황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후방 빌드업을 시도하다가 끊겼을 시 바로 상대 역습으로 이어졌고, 투르크멘의 에이스 7번 아마노프 선수의 돌파를 번번이 허용했습니다. 

 이렇게 다시 오래된 고민 앞에 무력해질 무렵 전반이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됐습니다. 후반전 투르크멘의 전방 압박을 의식해 포백의 오버래핑을 지시한 것인지 김민재 선수가 오버래핑을 시도합니다.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좋은 오버래핑을 보여주긴 했으나, 공을 뺏긴 뒤 역습을 허용하는 아쉬움 또한 보여줬습니다.

 센터백의 오버래핑 시 턴 오버는 적팀에 아주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보여주어 벤투호의 고민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었습니다. 답답한 모습이 후반전에도 계속됐고 특히 볼 캐리어를 맡은 황인범 선수가 탈압박과 볼 배급에 굉장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투르크멘 선수들의 체격이 중앙아시아 선수들이라 좋은 편도 있었겠으나 황인범 선수가 피지컬적으로 아직 더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볼 점유율은 높았으나 공격 전개 방법이 측면으로 패스한 뒤 윙백이 골 포스트로 크로스를 올려주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단조로운 공격 패턴은 수비가 막기 너무 쉬웠고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투르크멘 수비수들의 키가 작은 것도 아니어서 크로스를 번번이 거둬내고 맙니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하다 생각한 것이 개인기를 이용해 돌파하면서 상대 수비를 흔들거나 중거리 슈팅으로 유효슈팅을 어떻게든 만들며 상대 수비의 마크를 유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권창훈 선수가 투입됐을 때 중앙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볼 배급이 잘 안되니 권창훈 선수가 볼을 받는 기회도 적었고, 그가 볼을 잡았을 때 들어오는 압박 또한 강해서 권창훈 선수 또한 볼을 돌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습니다. 

 1대 0의 불안한 리드를 계속 유지한 이유 중 또 하나는 세트피스 상황 시 소득이 없다는 게 있습니다. 이번 경기 코너킥을 많이 얻은 대표팀이었지만 정작 유효슈팅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세트피스 연습이 많이 필요하겠다라 생각된 찰나 후반 36분 정우영 선수가 프리킥 상황에서 환상적인 골을 만들어내며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일본전 무회전 프리킥도 내가 찬거라니깐?(KFA 공식 홈페이지)

 

 공격이 안 풀리는 답답한 경우나 지고 있을 때여도 한방을 노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정지된 상황에서 시작되는 세트피스라 생각합니다. 현대 축구에서 많은 팀들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득점을 노리며, 오늘 멋진 프리킥이 나온 대표팀인 만큼 앞으로 세트피스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후반 35분 투입되어 약 10여 분간 두 번의 헤딩슛을 보여준 김신욱 선수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기대했던 손흥민과의 연계 플레이는 나오지 않았지만 후반 늦게 투입된 것이고, 그동안 마땅한 공격 방법을 찾지 못하여 똑같이 크로스만 올려주는 바람에 김신욱의 진가가 발휘된 후반 마지막 10분이었습니다. 

 무수히 많은 크로스를 걷어내던 수비수들도 김신욱 선수의 높이는 이겨내질 못했고, 한 번은 공을 노리다 공을 잡은 골키퍼를 골대로 밀어 넣는 엄청난 장면도 연출하고 맙니다. 확실히 경기가 안 풀릴 때 조커로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김신욱 선수였습니다.

 그렇게 경기는 종료됐고, 앞서 같은 조 북한의 2연승으로 첫 승이 반드시 필요했던 대표팀은 적지에서 결과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아시안컵 때부터 시작된 고민은 더욱 깊어진 것 같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이 발을 맞춰보고, Plan A를 적립하는 것이 필요하게 된 벤투호입니다.  

 많이 부족한 글입니다. 댓글과 공감은 큰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