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인-민 풋볼입니다. 오늘은 어제(14일) 있었던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4경기 레바논 원정 경기 리뷰입니다.

2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실망스런 무승부를 거둔 대표팀 (KFA 인스타그램)

 

 좋지 않은 베이루트의 치안으로 인해 무관중으로 펼쳐진 이번 경기 덕분에 우리나라 대표팀은 두 경기 연속 텅 빈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렀습니다. 게다가 현지 적응 훈련 없이 바로 경기를 치르는 등 환경적 변수가 있긴 했지만 무득점 무승부는 실망스러운 결과임이 분명합니다.

 두 경기 연속 무득점 경기에다가, 이번 경기 결과 덕분에 H조의 혼돈 속으로 들어가게 된 우리나라입니다. 1위인 우리나라가 승점 8점인 가운데 그 밑을 레바논과 북한이 1점 차로 따라붙었고 4위인 투르크메니스탄 역시 6점으로 단 2점 차입니다. 승점 3점을 가져오지 못한 결과이며, 예전에도 그랬지만 상대 밀집 수비 시에 해법 강구가 절실한 대표팀입니다.

 리뷰에 앞서 이번 경기 좋은 모습을 보여준 수비진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특히 김민재 선수와 김승규 선수의 활약이 그나마 위안이 됐습니다. 김민재 선수는 레바논의 많은 역습 상황을 안전하게 막아냈습니다. 큰 키와 덩치에도 빠른 스피드를 보유한 그의 장점이 십분 발휘됐으며, 공 차단과 위치 선정 또한 탁월했습니다. 직접 돌파 후 패스하는 모습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김승규 선수 또한 세트피스 상황을 적극 활용한 레바논의 공격을 잘 막아냈습니다. 유효슈팅으로 연결된 직접 프리킥뿐 아니라 중거리 슈팅까지 모두 잘 막아내며 지난 경기에 이어 2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레바논의 7번 마툭, 10번 하이다르 선수의 개인기가 출중했고 프리킥 또한 좋았던 만큼 수비진의 공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수비진의 활약과는 별개로 전반적으로 답답했던 경기입니다. 황의조, 손흥민 선수 투톱을 앞세운 대표팀은 첫 유효 슈팅이 34분에 나왔을 정도로 답답한 전반전을 보냈습니다. 레바논이 4백 수비라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방 압박을 취했고, 그 결과 허리진에서 볼 소유를 못하고 백패스를 하거나 4백 라인에서 2선이나 최전방까지 롱패스를 시도하는 공격 형태가 자주 보였습니다. 빌드업의 부재였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도 우리는 열심히 뛰는 손흥민 선수를 봤습니다 (KFA 홈페이지)

 

 레바논은 아시아 국가지만 신체조건은 이란 대표팀을 연상시킬 정도로 매우 좋았습니다. 때문에 롱 패스나 측면에서 올리는 크로스는 자주 끊기는 모습이었고, 때문에 최전방에 있어야 할 손흥민 선수가 하프라인까지 내려와서 볼을 받아주는 모습이었습니다. 또 손흥민 선수를 활용하지 못한 것입니다. 

 3선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던 정우영, 황인범 선수가 상대 압박을 이겨내고 2선으로 전진 패스를 자주 뿌려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히 공격이 안 풀릴 때는 세트피스 상황을 잘 이용했어야 했는데, 키커를 맡았던 황인범 선수가 부정확한 프리킥으로 기회를 날리는 모습을 보이며 이마저도 안 되는 대표팀의 전반전이었습니다. 

 기대했던 남태희 선수 또한 아쉬웠습니다. 2선 중앙 미드필더였던 만큼 그의 장기인 개인기를 통한 돌파를 통해 상대 압박을 풀어나갔어야 했는데, 시도하는 개인기가 번번이 막혔고 또한 3선에서 공이 올라오지 못할 때 내려가서 받아주는 모습 또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동료 선수가 공을 잡았을 때 움직임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계속되는 빌드업 부재와 롱 패스가 이어지자 벤투 감독은 후반전 황희찬 선수를 투입하며 변화를 추구합니다. 긍정적인 부분은 황희찬 선수가 좋은 활약을 보여주며 공을 잡을 때마다 측면과 중앙에서 연계를 시도했다는 것입니다. 확실히 연계 플레이에 눈을 뜬 황희찬 선수 같았으며, 좋은 개인기 돌파와 패스를 보여줬습니다.

 문제는 이마저도 황희찬 선수가 공을 잡은 이후의 모습이었고, 그가 공을 잡기 전에 빌드업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롱 패스를 측면에서 받은 다음 돌파하는 황희찬 선수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손흥민 선수는 전방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공을 받아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좋은 최전방과 2선 자원들 그러나..(KFA 홈페이지)

 

 현 대표팀의 최대 장점은 2선과 공격수 자원이 좋다는 점입니다. 이번 경기 또한 2선에서 공을 받았을 때 페널티 에어리에 근처에서의 연계 플레이라던가, 황희찬, 황의조 선수가 패스를 받기 전 오프 더 볼 상황에서 라인 브레이킹을 시도하며 공격을 시도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전방 라인입니다. 

 하지만 이 2선으로 공을 전달해줘야 할 미드필더진의 퍼즐이 아직까지 맞춰지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많은 팬들이 이강인 선수의 성장을 바라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겠습니다. 정우영, 황인범 선수의 장점은 안정적인 볼 소유와 넓은 시야, 창의적인 패스와 세트피스 상황이 있겠으나 이번 경기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빌드업을 수행하지 못한 것은 큰 숙제가 된 듯합니다. 

 빌드업이 되지 않으니 2선 선수들도 많이 내려오는 모습이었고, 측면에서의 크로스도 크게 줄었기 때문에 후반 투입된 김신욱 선수의 장점을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그간 빌드업 축구를 추구하며 변화가 적은 선수 기용과 함께 많이 발을 맞춰본 플랜 A였기에 아쉬움은 더해졌습니다. 

 이번 경기 몇 안 되는 기회를 날린 황의조 선수를 탓하기엔, 근본적으로 빌드업의 부재를 해결해야 더 나은 다음을 기대할 수 있을 대표팀입니다. 벤투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겠지만 황희찬 선수를 이른 시간에 투입했듯이, 전술이나 출전 선수 등의 변화를 주더라도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야겠습니다.

 아직 2차 예선 1위를 달리고 있고 대표팀 또한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3년 남은 월드컵까지 긴 여정이고 그 과정에서 점점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올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표팀의 다음 일정인 브라질과의 친선전에서 선전하길 기원합니다. 

 많이 부족한 글입니다. 댓글과 공감은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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