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인-민 풋볼입니다. 중국 출장 중인 관계로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오늘은 얼마 전에 역대급 시즌을 보내며 마지막 역시 반전과 감동으로 가득했던 2019 K리그의 총결산 시간입니다.

 #1. 2위는 기억하지 않겠지만, 우린 울산을 욕할 수 없다.

마지막까지 드라마! 전북의 역전 우승! (전북 현대 인스타그램)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가려지지 않았던 K리그의 우승팀은, 포항 스틸러스와의 동해안 더비에서 울산 현대가 다시 한번 미끄러지고 전북 현대가 강원 FC를 이기며 기적 같은 역전 우승으로 전북이 되었습니다. 모라이스 감독은 트래블을 천명한 부임 첫해, 비록 ACL과 FA컵에서 조기 탈락하긴 했지만 리그 우승은 기어코 달성해내며 리그 3연패라는 유종의 미를 거뒀습니다. 반면 울산은 마지막 경기에서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며 6년 전의 악몽을 다시 한번 겪었어야 했습니다. 

 울산 팬으로서는 아쉬울 것이고, 타 팀 팬으로서는 어찌 보면 다된 밥을 망친 울산이기에 조롱의 대상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울산은 지난 시즌 3위로 ACL에 진출한데 이어 이번 시즌은 최근 몇 년간 '어우전(어차피 우승은 전북)' 양상이었던 K리그에서 전북 대신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지키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이런 울산의 저력에는 대한민국 축구계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현대 가'의 막대한 투자가 뒷받침돼있습니다. 각각 현대차 그룹과 현대 중공업 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전북과 울산은 막대한 투자를 보여주고 이를 '성적'으로 선순환시키고 있습니다.

올시즌 '축구 도사'라는 별명을 얻은 2019 K리그 MVP 김보경 선수 (울산 현대 페이스북)

 

 리그 9골을 기록하던 김신욱 선수가 없어도 각각 11골, 10골의 로페즈, 문선민 선수가 훌륭하게 그 공백을 메꿨고, 김민재 선수가 없어도 역시나 권경원 선수가 대신한 전북의 수비진은 탄탄했습니다. 울산 또한 지난 시즌 22골을 기록한 주니오를 지켜냄은 물론이고, 올 시즌 MVP 김보경 선수와 국가대표 수문장 김승규 선수를 손에 넣는 등 통 큰 행보를 보였습니다.

 프로 스포츠는 첫 번째로 팬이 있어야 하고, 또한 수익이 발생해야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습니다. 전북과 울산 같이 투자를 아끼지 않고 높은 성적을 유지하며 리그 수준을 높여줌과 동시에 전북처럼 전국구 구단의 인기를 보유하는 것은 리그 전체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아름다운 패자 울산을 욕할 수 없고 이러한 대규모 투자 또한 지속될 것이기에 다음 시즌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2. 시도민 약체 구단에서 리딩 클럽으로, 대구 FC

 이번 시즌 K리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팀이 바로 대구 FC입니다. 올 시즌 개장한 대구의 홈인 DGB대구은행파크는 축구 전용구장으로서, 1만 2천석이라는 적절한 관중석과 대구 지하철 1,3호선을 끼고있는 교통 편의성, 관중석 지붕으로 인해 쾌적한 관람환경을 자랑합니다. 지난 시즌 FA컵 우승으로 이번 시즌 ACL에 진출하게된 대구는 대구은행파크 덕분에 말 그대로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은' 격으로 대박을 맛보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축구 전용구장이기에 육상 트랙 없이 가까운 거리에서 선수들을 지켜볼 수 있고,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관중석 바닥을 알루미늄으로 하여 응원 효과를 극대화하는 등 매우 관중 친화적인 구장입니다. 이와 함께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 선수와 에이스 세징야 선수, 젊고 실력 있는 정승원, 김대원 등 소속 선수들의 인기마저 상승하며 올 시즌 흥행 대박을 치게 됩니다.

 

올시즌 그들의 트레이드마크인 하늘색 유니폼을 대구 시민들에게 제대로 각인 시킨 대구FC (대구 FC 페이스북)

 

 이처럼 올 시즌 K리그의 흥행을 주도한 대구는 불과 몇 년 전인 16년에는 2부 리그 소속이었던 만큼 인기 있는 구단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조광래 단장을 필두로 구장 신축과 함께 구단 마스코트, 기념품 제작 등 팬을 끌어모으기 위한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결과 지금은 K리그의 모범사례가 되었습니다. 대구의 홈경기는 올 시즌 9차례나 매진됐을 정도이며, 그간 많은 무료, 할인 표가 뿌려졌던 다른 팀들의 경기와는 다르게 '돈'을 주고 좌석을 차지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경쟁마저 필요할 정도로 대구의 경기 가치를 높여놨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수익이 절실한 프로 스포츠에 세계에서 대구의 이런 투자로 인한 가치 상승이란 선 순환은 많은 구단들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도 올 시즌 승격한 광주 또한 축구 전용구장 계획과 막대한 투자를 약속했고, 플레이오프에 오를 거라 예상 못했던 FC안양 또한 축구 전용 구장은 아니지만, 3면 가변 관중석을 이용해 관중 친화적인 경기장 분위기를 조성함과 함께 흥행에도 성공했습니다. 이런 긍정적인 움직임들이 내년 시즌의 흥행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축구 선진국이자 축구 자체가 삶이고 문화인 유럽의 리그들은 매 경기 수많은 관중을 동원합니다. 인기가 많고 팬들의 관심과 충성도가 높다는 것이며, 수익 또한 높다는 것입니다. K리그는 그동안 관중 유치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이 것이 투자 감소로 이어지며 악순환을 반복하다가, 올 시즌은 여러 국제 대회에서의 성과와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이 맞물려 오랜만에 많은 관중을 끌어모았습니다.

 이런 관중 유치에 매 시즌 성공한다면, K리그는 더 이상 중국이나 일본에 실력 있는 선수들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고, 주춤한 ACL에서도 다시금 아시아의 호랑이로 강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국 리그의 성장은 곧 국제 경쟁력 상승이라 생각하기에, 지금 K리그에 불어온 봄바람은 내년에도 다시금 불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전북과 울산 외에도 전통의 명가로 불리는 서울과 수원 등이 투자에 동참해야겠고, 대구뿐만 아니라 많은 팀들이 어떻게 하면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봐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유상철 감독님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많이 부족한 글입니다. 댓글과 공감은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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